‘사라진 코끼리’ 전 

박정석 (2007) MFA Photography, Video & Related Media)

윤정미 (2006 MFA Photography, Video & Related Media)

안옥현 (2003) MFA Photography, Video & Related Media)

장소: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89길 30, B1 (주차 불가)

일시: 2022.010.05~2022.11.16

10:00 - 17:00 (일,월 휴무)

전시 노트:

한 남자는 늦은 저녁 동네 뒷산을 산책하다 우연한 장소를 발견한다. 그곳에서는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의 코끼리 우리가 내려다 보였다. 관람 시간이 끝난 우리 안의 코끼리와 조련사는 평화로워 보였고 또 심심치 않은 구경거리가 되었다. 남자는 매일 저녁 산책길에 코끼리 우리를 살펴봤다. 우리 안에서 코끼리는 멀뚱하게 가만히 서 있기도 하고, 먹이를 먹기도 했으며, 조련사는 코끼리를 씻기기도 하고, 똥을 치우기도 하는 등 그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 둘 사이가 어쩐지 굉장히 친밀해 보였다는 거다. 매일 저녁 루틴처럼 산책길에 코끼리 우리를 들여다보던 남자는 어느 날 코끼리의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남자는 매일 매일코끼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만 자신의 착각이겠 거니 하며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러다 남자는 코끼리 우리를 구경하던 일이 시큰둥해 져서 그만두게 되고, 몇 주 후 조간 신문에서 동물원의 코끼리가 조련사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코끼리의 소멸>의 내용이다.

 

이 전시 제목은 하루키의 <코끼리의 소멸>에서 가져온 <사라진 코끼리>이다. 박정석의 국내외 길거리에서 만난 떠도는 동물들의 뒤를 쫓아 찍은 사진, 안옥현의 박제된 동물 사진, 윤정미의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힌 동물들 사진들은 모두 한결같이 동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코끼리가 사라졌다는 것일까?

우리 일상 속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은 거세되었고, 닫힌 아파트 공간에서 인공적인 먹이로 길들어 있으며,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본성을 억압당한 채 무기력하며 우울하고, 상점의 진열대 위에 놓인 붉은 고기들은 대규모로 처리되는 동물들의 살이다. 그나마 우리의 표상 속 동물들은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서만 만날 수 있다. 존 버거는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 에서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소멸에 대한 살아있는 경계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억압과 통제에 의해 동물들이 소멸되어 가는 이 시점에 새삼 하루키의 <코끼리의 소멸>속에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한 코끼리가 생각나는 건 왜 일까.

 

<사라진 코끼리>는 뉴욕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사진과 비디오를 전공한3인의 전시로, 영화 현장에서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는 박정석은 처음으로 사진 작업들을 발표하고, 안옥현과 윤정미는 20여 년 전 첫 사진 작업을 꺼냈다.

Black and white landscape photography. The dog is looking at the mountain on the snowy road.

박정석 (2007) MFA Photography, Video & Related Media)


Black and white photo of a cat staring at the camera.
The gorilla is leaning on the zoo window. Black and white photography.

윤정미 (2006 MFA Photography, Video & Related Media)


In a black and white photograph, there is a wall with cold-looking square tiles. On the right side of the photo, there is a metal bar from which animals can hang.
Triptych of black and white photos: [Empty room, deceased fish in a jar, stairway].

안옥현 (2003) MFA Photography, Video & Related Media)

Triptych of black and white photos: [Empty room, fetus in the womb, close-up of a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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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2016 BFA Fine Arts 졸업) 개인전 《W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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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개인전 (2015 BFA Illustation)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