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2016 BFA Fine Arts) 개인전

장소: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89길 30, B1 (주차 불가)

일시: 2022.06.24~2022.07.15

10:00 - 17:00 (일,월 휴무)

작가노트:

현대사회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내 그림에서도 표현된다. 한때 나는 숨만 쉬는 송장처럼 살았던 날들이 있다. 정신적으로 약해질 때면 수많은 눈들이 나를 쫓아다녔고 그 눈들이 나를 매몰차게 폄하하는 상상들로 스스로를 괴롭혔다. 2013년의 어느 날, 무한대의 새하얀 빛과 함께 나의 두번째 삶은 시작되었다. 난 더이상 어둠에 머무르지 않았고, 사소함에도 긍정적 의미를 두며 자연스레 우연과 흐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전히 눈을 제대로 그리지는 않지만, 동공과 홍채만 그려 동그란 형태로 단순화시키는 방식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친근함으로 표현했다. 

나는 오감으로 그림과 대화할 때 꽤나 개구장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하고 장난도, 웃음도 많은 사람이 되곤 한다. 그래서 그림에서 만큼은 무겁고 진지한 상황도 유머러스하게 바꿔 희망이 가득한 동화책처럼 해피엔딩이 된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명상과 오감을 통해 그림과 내가 서로 교감하며 만들어낸 이야기는 물감을 통해 조각되어 한편의 단편소설처럼 재탄생된다.

특히 햇살을 통해 빛이 만들어주는 색상과, 명상을 하며 검은 암흑 속 잔상이 만들어낸 색들은 그 그림의 메인 컬러가 된다. 명상은 내게 모양을 만들어 어떤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색상만 눈 뒤에서 춤추며 분위기만 느끼게 해줄 때도 있다. 이렇게 기초적인 색이 완성되면, 오감으로 느낀 무의식의 생각을 태교일기 쓰듯 빈 표면 위에 채워 나간다. 그림과 나 사이에는 영혼적 교감이 형성되고 그림의 주제와 이야기가 서서히 정리된다. 그림 그릴 준비를 마치면 감정과 자아를 담아낸 색상들과 겔 미디엄은 덩어리가 되어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뒤, 움직임을 통해 레이어와 텍스쳐에 경험을 심어주고 그림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움직임을 이용하여 큰 형상을 조각하고 나이프, 붓과 손으로 그림의 디테일을 성형하면 비로소 그림의 정체가 다듬어진다.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된 그림에게 난 마지막으로 바탕에 글씨를 적는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속에서의 배움, 그리고 그림을 위한 러브레터를 긁어내면 우리의 이야기는 영원히 조각된다. 

나의 그림은 우리 자신들과 같다. 사진과 일기라는 기록처럼 그림은 자신이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하나의 순간을 내 몸을 통해 세상에 표현한다. 나의 그림은 혼자 그리는 게 아니다. 표면과 물감, 그리고 내가 오감으로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그림은 세상에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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